어제 옳다는 말이 오늘에서야 잘못된 줄 알고, 누추한 옷차림으로 고향을 찾아가니
산천은 녯비치요, 송죽(松竹)이 새로왜라. 수간모옥(數間茅屋) 하(下)의 집자리 일립(一立) 깔고
산천은 옛날 그대로 빛깔이요, 소나무 대나무가 새롭구나. 두어 칸 초가 아래 짚자리 하나 깔고
청풍(淸風)의 흥(興)을 겨워 한가(閑暇)이 누어시니 만지(滿地) 홍연화(紅蓮花)난 정변(庭邊)에 어리엿다.
맑은 바람의 흥에 겨워 한가롭게 누워있으니 온 땅에 붉은 연꽃은 정원 주변에 어리었다.
아참 새로라니 밤 줍난 아희들과 시문(柴門)에 개 즈즈니 고기 웨난 장사로다.
아침이 지나니 밤을 줍는 아이들과 사립문에 개 짖으니 고기 사라고 웨치는 장사꾼이로구나.
인인(隣人) 친척(親戚)들과 백주(白酒) 황계(黃鷄)로 냇노리 가자셰라.
이웃, 친척들과 막걸리, 누런 닭으로 냇가에 고기잡으로 가자꾸나.
석조(夕釣)을 말야 하고 되롱이 몸의 걸고 사립(簑笠)을 젓게 쓰고 그물을 두러메고
저녁 낚시를 그만두랴? 하고 도롱이 몸에 걸치고 도롱삿갓 젖혀 쓰고 그물을 둘러메고
시내로 차자가셔 황독(黃犢)을 칩터 타고 석양(夕陽)을 띄여 가니 기구(崎嶇) 산로(山路)의 풍경(風景)이 다정(多情)하다.
시냇가로 찾아가서 누런 송아지 눌러 타고 석양을 받으며 가니 험한 산길의 풍경이 다정하다.
일대(一帶) 청강(淸江)은 장천(長天)과 일색(一色)인듸 세백사(細白糸) 져 그물을 여흘 여흘 더져 두니
일대의 맑은 강은 긴 하늘과 한 빛인데, 가늘고 흰 실의 저 그물을 여울마다 던져두고
은린옥척(銀鱗玉尺)이 고고이 맷쳣거늘 자나 굴그나 다 주어 따내어 자 고기 솟고치고
은빛 비늘 물고기가 코마다(곳곳에) 잡혀있거늘 작으나 굵으나 다 주어 따내어 작은 고기는 부글부글 끓이고(섞어치고)
굴근 고기 회(膾)를 쳐서 와준(瓦樽)에 거른 슐을 박잔(朴盞)에 가득 부어
굵은 고기는 회를 쳐서 기와 술독에 거른 술을 박으로 만든 술잔에 가득 부어
잡거니 권(勸)하거니 취(醉)토록 먹은 후(後)에 일낙함지(日落咸池)하고 월생동곡(月生東谷)커늘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취하도록 먹은 후에 해가 함지로 떨어지고 달이 동쪽 골짜기에서 솟아나거늘
업떠들며 곱떠들며 시문(柴門)을 차자 오니 치자(稚子)는 부취(扶醉)하고 수처(瘦妻)는 환영(歡迎)이라. 아마도 강산주인(江山主人)은 나뿐인가 하노라.
엎어지며 자빠지며 사립문을 찾아오니 어린 자식이 취한 이를 부축하고 파리한 아내는 기쁘게 맞이함이라. 아마도 강산의 주인은 나뿐인가 하노라.
약력
• 1944년생
• 대한민국서예대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
• 한국서예협회 이사 역임 및 경남지부장 역임
• 경상대학교, 진주교육대학교 강사역임
• 유당서예상 수상
• 서울, 전북, 부산비엔날레 출품
• 한국서예 100인전 출품
• 한글서예 대표작가전 출품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 역임